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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_ Train No. B

  열차는 순식간에 터널 속의 어둠으로 가득 찬다. 사람으로 가득 찼던 휴게칸은 그저 털겅거리는 소리만 들려 올 뿐 마치 각자 자기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적막해진다. 어떤 사람은 저도 모르게 터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숨을 참았고, 또 어떤 사람은 눈을 감았다.

  어둠은 공기처럼 계속해서 열차 안을 순환한다.

  쨍그랑!

  “아악!”

  순간 유리로 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여성의 비명이 동시에 허공을 찌른다. 누구의 비명인지, 유리 깨지는 소리와 사람의 비명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사방은 그저 검다.

곧 열차는 터널을 빠져나가고 다시 빛이 들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번진 빛으로 생긴 눈부심 사이로 휴게칸의 구석에서 떨고 있는 니니가 보인다. 그녀의 양 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다. 손가락 사이로부터 흐르기 시작한 피는 실처럼 얇게 흘러 그녀의 팔뚝을 감는다.

  “세상에, 다쳤어요?”

  메이준의 물음에도 니니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없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면 니니의 발밑에는 원래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분명 이 중 하나가 그녀의 뺨에 스쳤을 것이다.

 

  니니의 눈동자는 마치 죽은 사람의 것처럼 멈춰 있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필요 이상으로 박동한다. 뺨의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녀의 시선에서는 범람하는 댐의 물살보다 더 세차게 피가 터져 흐르고 있다. 적어도 그녀의 시선에서는, 말이다.

  “망할. 누가 던진 거야, 아님 그냥 떨어져서 깨진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저 꼬맹이가 유리로 된 주스병 들고 다니지 않았어?”

  포우가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모든 눈들은 일영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아이에게로 향한다. 아이의 표정은 아무런 영문을 모른다는 듯 단순하고도 평온하다. 아이는 그제서 니니를 바라보고, 상처가 난 그녀가 걱정이 되었는지 일영의 곁에서 떨어져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이의 작은 손이 니니의 옷깃을 잡는다.

  “만지지 마!”

  아이의 손길이 느껴지자 니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가시 돋은 목소리를 아이에게 쏟는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다.

 

  사람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빛이 감돌았지만 마치 터널에 있었던 때처럼어둠이나 다를 것이 없다. 열차는 변함없이 선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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