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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_ Train No. B

  열차가 한 번 덜컹일 때마다 니니는 미세한 멀미를 느꼈다. 여섯 사람이 있기에는 비좁은 칸과 쉼 없이 오가는 목소리들이 그녀의 뱃속을 헤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묵직한 산링의 발걸음이 땅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일 때 마다 니니는 마른 침을 삼켰다. 산링의 한 치의 낭비 없는 걸음걸이와 말과 호흡이 조화롭게 섞여 니니의 머릿속에서는 그녀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만, 그만. 속으로 계속해서 읊어 봐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잔상이 더 진해질 뿐이었다.   


  “외투나 몸에 물건을 숨겼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으니 신체검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수사의 일부이니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불응 시의 불이익은 본인 스스로에게 돌아간다는 점만 숙지해주십시오.”


  산링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옅은 한숨을 쉬었다. 연신 불만을 토로하던 포우조차 아무런 말이 없었다. 

  산링은 한사람씩 돌아가며 사람의 몸을 제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짓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곳을 스쳐지나 갔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할 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을 정도의 건조와 무감이었다.  
  니니는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져오자 점점 불안해졌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행위에 대해 매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자기 스스로가 오염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누군가 자신과 접촉하는 순간 그 사람에게 있던 무언가가 마치 병처럼 자신에게 옮기는 것이라고, 그래서 오염은 더 빠르게 진행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니니는 이런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했고, 미워했다. 하지만 고쳐지지가 않는 걸 어떡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숨쉬기도 힘들어질 텐데. 
  니니는 산링의 신체검사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자신의 캐리어에 있는 손소독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 

  이윽고 니니의 차례가 돌아왔다. 산링은 한 치 변함없는 표정으로 니니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곧 산링의 두 손이 조금의 주저 없이 니니의 몸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산링의 손이 니니의 발목, 골반, 그리고 허리춤을 지났다. 그녀의 두 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어 있었다. 그저 스친다고 하기에는 강압적이었다. 니니에게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열 개의 수갑처럼 자신의 온 몸을 옭아매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동시에 두피가 저릿할 정도의 불쾌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니니에게 산링은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산링을 가까이 할수록 니니의 인지 안에서는 아버지의 존재가 뚜렷해져왔다. 오염, 아버지, 오염, 아버지…. 이윽고 의식이 흐릿해진다.


  “당신 말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니니의 손은 산링의 옷에 깊이 박힌 뿌리처럼 멱살을 파고들었다.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치 반사 신경같이 튀어 올랐다. 
  이런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는 산링의 눈이 보였다. 


  “이 손, 계속 안 놓으시면 업무집행 방해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제가 앞서 불응 시 불이익은 스스로에게…”
 

“제, 제발요!”


  니니가 흔들리는 목소리를 토했다. 단정하던 그녀의 머리칼이 낙서처럼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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