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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_ Train No. B

  열차는 쉼 없이 몸을 뒤척였다. 열차는 막 산 중턱을 지나고 있다. 창밖으로 무성한 나무가 멀리 이끼처럼 보이고, 푸른 산등성 곡선 너머로 하늘이 비춘다. 얇은 유리창 너머는 이곳과 다른 세계 같았다. 저 풍경을 보자 아이와 함께 빨리 C시의 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충동처럼 마음을 갉아먹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속세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산길을 올라 고요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새파란 하늘, 새파란 풀잎, 새파란 산 공기들. 저 고요한 파랑에 녹아들고 싶다. 흐음. 그는 작게 한숨이 되지 못한 신음을 뱉어냈다.

  열차가 미묘하게 기울며 커브감이 느껴진다. 일영은 의자에 앉혀둔 아이가 혹여 넘어질까 오른손으로 어깨를 잡아주었다. 당황스러운 목소리는 왼편에서 들려왔다.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있던 메이준의 몸이 작은 열차의 기울음에 따라 비틀거렸다. 일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주름지고 큰 손아귀에 메이준이 손목 살들이 눌린다. 그녀는 작게 신음했다간 바로 서며 그의 손목을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일영은 특유의 고요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이런. 놀라셨습니까?”

 

  “위하는 척 마세요, 스님. 차라리 넘어지고 말지.”

 

  메이준은 치한이라도 만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난다. 작지만 날카로운 소리에 반대편의 아이가 주춤 메이준과 일영을 올려다봤다. 작은 손이 일영의 괘포형 회색 장삼에 주름을 만들었다. 주먹 안쪽에서 시작된 주름마다 음영이 묻어있다. 일영은 리본 머리띠를 피해 아이의 머리를 작게 쓸어주곤 메이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저 스스로를 방어하듯 몸을 돌린채 한쪽 눈썹을 올려 저들을 바라보고 있다. 일영의 안경알 너머를 바라본다. 뭔가를 관찰하듯 한참이나 시선을 뻣뻣하게 두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한다.

  메이준은 크게 선심쓰듯 아이에게 한 걸음 다가서 허리를 숙였다. 아이는 준을 멍하니 올려다볼 뿐이다. 그런 아이를 자신의 뒤로 조금 더 숨겼다.

 

  “얘, 준이 뭐 하나 알려줄까? 준 언니가 보기에 이 스님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란다. 준 같으면 차라리 혼자 있겠어.”

 

  그녀는 일영이 들으라는 듯 아이에게 소곤거리곤, 그와 내뱉는 숨도 엮이기 싫다는 표정으로 휴게칸 끝으로 가 섰다. 근처에서 니니가 아까부터 산만하게 자리를 바꾸는 메이준을 거슬리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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