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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변화_ Train No. B

  “언니. 많이 불편해요?”

 

  한참을 불안한 듯 산만하게 자리를 바꾸며 서성이던 메이준은 니니에게 다가와선 조심스럽게 물었다. 딱 니니가 허용할 수 있는 거리 밖에 앉아서.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교차했다. 언제 봤다고 언니람. 니니의 시선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괜찮아요. 희미하게 찌푸린 얼굴로 대답하는 니니의 경계를 보았으면서도, 메이준은 제법 애교스럽게 미소 지었다.

  메이준은 열차 안을 작게 돌아봤다. 저마다 열차의 고요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이들 사이에 불편한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요한 것이 어딘가 소름끼치는 스님, 저 잘난 줄만 아는 독선적이고 딱딱한 경찰, 교양 없고 시끄러운 아저씨, 뭣 모르는 쬐끄만 아이는 더더욱 사양이다.

  메이준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저들을 응시하다가 이내 시선을 돌린다. 그녀는 니니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살인범이 타고 있는 열차 안에서 저 날 선 표정, 고슴도치 같은 니니의 모습이 이들 중 가장 사람답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한동안 열차는 사람의 말소리가 없었다. 무료하게 열차가 덜컹이는 소리를 세던 메이준이 자신의 바로 옆의 바닥을 조심스럽게 손톱 끝으로 두드렸다. 관리가 잘 된 네일 끝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열차 소음에 먹혔다. 니니가 메이준의 손끝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기침 소리가 적막을 깨며 작게 열차 안에 섞여 들었다.

 

  “준은 눈치가 빨라요.”

 

  고개를 숙였던 메이준이 고개를 들어 올리다 니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잠에서 깬 것처럼, 혹은 악몽을 마주한 사람처럼 숨을 들이킨다. 동그랗게 놀란 눈이 흔들리며 어물어물 떨어진다.

 

  “아, 음. 아니, 미안해요.”

 

  그녀는 니니의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듯이 엉덩걸음으로 작게 옆으로 물러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메이준의 시선이 바닥에 꽂힌다. 어느새 그녀는 겁먹은 집승처럼 구석 끝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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