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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_ Train No. B

  포우는 연신 일영의 옆에 있는 아이가 눈에 밟혔다. 그는 아이를 보며 은연중 십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스님인 일영의 아이는 물론 아닐 테고, 대체 아이는 어디서 살다 어떤 사연으로 일영과 함께 있게 된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는 일영의 곁에서 흔히 말하는 껌딱지처럼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입 한 번 뻐끔하지 않고 그저 사람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말하면 말하는 대로 소리 없이 맑은 눈동자를 굴릴 뿐이었다. 

  포우는 자신의 딸아이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딸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육아는 오로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일을 마친 후 귀가한 자신에게 놀아 달라 조르는 아이가 귀찮아 제 방으로 도망쳤다. 
  딸아이가 죽은 그 날조차 포우는 아이의 곁에 있지 않았다. 한가롭던 주말, 유치원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온 딸아이에게 포우는 주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시끄럽게 하지 말고 놀이터 가서 놀아라’ 라 말했고, 딸아이는 그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다 갑자기 돌진한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그런 포우였기에 더욱 아이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와 닮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에게 조금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다. 
  포우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말 한마디라도 붙여보고 싶었다. 한 마디가 힘들다면 짧은 인사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안녕.”


  포우의 말에 아이는 흠짓 놀라며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아이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으나 그 옆에 있던 일영이 포우를 바라보며 외마디 말을 뱉었다. 일영의 표정은 불쾌한 듯 희미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에게 접근하지 말아주십시오.”


  “뭐라고?”


  일영의 말에 포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치자 휴게칸 안의 모든 눈들이 그들에게로 집중됐다. 포우의 얼굴은 일영의 단 한마디 말로도 분에 차올라 붉어지지 시작했다. 


  “이 곳에서는 모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아닙니까. 아이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애를 때리기라도 한다는 거야?” 


  “염려되는 것을 부정 할 수는 없군요.”


  일영의 목소리가 짙고도 묵직하게 깔렸다. 그의 말에 포우는 짧은 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섰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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