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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_ Train No. B

  묵묵하게 서로를 경계하는 눈초리들이 날 선 가위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메이준은 휴게칸의 모든 것이 거북했다. 그 가위 날이 자신의 숨통에 겨눠진 것 같았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게 불평을 토하는 것뿐이다. 이 무거운 분위기를 타도할 용기는 없다. 불안한 듯 제 손가락을 두어번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새삼 먹먹한 표정으로 휴대전화 홀로그램 스트랩 줄을 들어 올리곤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빛이 여과되는 홀로그램 스트랩은 기울기에 따라 다른 빛의 휴게칸 풍경을 투영해냈다.

  아악. 갑작스레 휴게 칸을 비명소리가 채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모인다. 메이준은 제 휴대폰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바닥에 처박힌 휴대폰은 금이 가는 균열 소리를 냈다. 원수를 벼랑에서 밀치듯 포우를 향해 달려들지만 이내 몸이 흔들리는 열차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메이준이 털을 잔뜩 부풀린 고양이처럼 히스테릭한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가위 날 같은 눈으로 포우를 노려본다. 홧홧한 불똥이 튀는 메이준의 얼굴을 다섯 쌍의 눈동자가 바라본다. 몸이 떨리는 것이 그들의 눈에 선명하게 비춰졌다.

 

  “이 여자 미친 거 아냐!”

 

  “왜, 왜, 왜 남의 일기장을, 마, 막, 함부로 훔쳐봐요! 메이준의 일기장! 메이준의 일기장을!”

 

  “제 물건 간수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웠을 뿐인데, 이 미친 것 같은 여자가... 아니, 미친 게 맞지! 당신들 내가 일기장에서 뭘 본 줄 알아?”

 

  바닥에 넘어진 메이준을 뒤로하며 포우는 보란 듯 사람들을 향해 일기장을 들이밀었다. 무지 종이에 글씨가 가득한 페이지가 열차 형광등 빛을 받는다.

 

 

  “시끄러워! 이, 이리 내!”

 

  메이준이 명백한 적의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포우의 손에서 일기장을 낚아챘다. 마왕에게서 구출한 공주를 껴안듯 일기장을 소중히 품는다. 잔뜩 흥분한 그녀의 가쁜 숨소리가 신경질적이다. 열차가 다시 한 번 흔들린다.

 

  “알아? 이 여자 정신 나간 여자야! 이중인격장애라고!”

 

  덜컹, 휴게칸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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