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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 _ Train No. B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 그러나 제대로 잡히지 않는 범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눈물로 지새왔던 밤과 두려움에 내 자신을 숨겼던 낮을 기억한다. 내게 폭력을 휘두르던 어머니를 내 스스로 신고했던 날, 경찰은 몇 가지 말만 던지고 돌아갔었다. 나는 문 밖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아이의 직감은 때때로 정확했다. 나는 문을 잠그고 침대 아래로 숨었다. 밖에서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는 목소리는 어머니를 닮아있었다. 선명하게 들리던 환청은 이웃집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멎었다. 저건 어머니의 탈을 쓴 괴물이야 저건 어머니의 탈을 쓴 괴물이야.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셨다고 했다. 너무 사랑해서 죽고 말았다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랑이 없어지는 동시에 속박에서 벗어났다. 사랑은 본성을 숨기는 족쇄일 뿐이었다고, 수근대는 말들을 들었다. 어머니의 괴물은 나를 삼키고 싶어 했는데, 밤새 울부짖던 소리가 멎은 건 이웃집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이후였다. 괴물을 물리치는 건 어느 왕국의 용사라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어느 날,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은 용사인가요? 경찰은 맞다 했다. 나는 그 날부터, 어머니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날부터, 용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용사인가요. 그래서 괴물을 조용히 시킬 수 있는 건가요. 때때로, 그게 괴물인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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