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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_ Train No. B

  숨이 막혔다. 점점 휴게칸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장에 설치된 환풍구의 팬만 조용한 소리를 내며 돌아갈 뿐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메이준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어, 어쩌자는 건가요?”
 

  니니는 옆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살폈다. 산링이 지친듯한 미소를 띄우며 메이준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C시에 도착할 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기다려달라고? 이봐, 경찰, 세금 아깝게 숨만 쉬고 있지 말고 범인이 있으면 빨리 잡아가던가, 애 먼 사람 의심하고 뭐하는 짓이야?”
 

  산링은 노력은 금세 무산됐다. 포우가 메이준의 말에 동의하고 나선 것이다. 날 선 분위기 속에서 일영이 무뚝뚝하게 말을 뱉었다.
 

  “일단 진정합시다. 흥분 해서 될 일 하나 없어요.”
 

  일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니니가 끼어들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목소리였다.
 

  “손 세정제, 써도 되나요? 제발 쓰게 해주세요.”
 

  니니의 음성에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포우가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찼다.
 

  “이 판국에 손 세정제를 찾다니 제정신인가?”
 

  “당신이 뭘 안다고!”
 

  니니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니니의 새된 말은 빠르게 휴게칸을 잠식했다. 산링이 포우와 니니 사이에 서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하십시오.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진정은 개뿔. 그쪽은 진짜 경찰인 게 맞긴 해? 살인 사건도 사실 없는 거 아니야?”
 

  산링은 피곤하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으르렁 거리는 듯한 포우의 말을 반박한 건, 뜻밖에도 메이준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범인인 건 아닌가요? 아니, 아니야. 준은 스님이 범인일 것 같아.”
 

  혼자 중얼중얼 말하던 메이준은 갑자기 일영을 향해 돌아섰다. 메이준의 표정이 전과 달리 싸늘했다. 메이준의 말에 산링은 일영을 돌아봤다. 일영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의심을 받다니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저기 저 불안해보이는 분이나 진정시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일영이 주의를 니니한테 돌렸다. 갑자기 언급된 니니를 화들짝 돌라며 자신의 손톱을 깨물었다. 눈동자가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불안하게 오갔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니니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었다. 니니는 떨고 있었다. 산링이 의아해하며 니니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보니 왜 그렇게 몸을 떨고 있죠? 혹시 니니 당신이 범인인 건.”
 

  “아니에요.”
 

  니니는 단호하게 산링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금세,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라며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산링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현 듯 니니가 고개를 들며 메이준을 가리켰다.
 

  “그렇게 따지면 저 여자는 또 어떻고요. 자신을 저렇게 지칭하다니 분명 이상하다고요.”
 

  “네, 네?”
 

  메이준이 놀라며 부정했다. 그리고 다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몰리니까 괜히 메이한테 불똥 튀는 거 아닌가요?”
 

  “뭐라고요?”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결국 산링이 다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제발 진정 좀 하십시오. 몇 시간만 참으면 역에 도착할 겁니다. 불쾌하더라도, 그 때까지만 참아주시란 얘기입니다.”
 

  “누, 누구 때문인데요?”
 

  “맞아요. 당신이 없었으면 우린 역에서 얌전히 조사를 받았을 거라고요.”
 

  “그래, 그래! 억지로 여기로 오게 한 게 누구인데?”
 

  산링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 못한 건 아니었으나 이들은 반응이 너무 예민했다. 마치 다들 무엇 하나 숨긴 것처럼. 산링은 자신의 허리춤에 메인 권총을 만지작 거렸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경찰인 산링조차도. 그리고 열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비밀을 말하고 싶지 않아했다. 열차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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