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_ Train No. B
여자는 카페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다이어리를 떨어뜨렸다. 다이어리와 부딪힌 왼손 손등을 반대 손으로 쓸자 체온을 먹은 반지의 매끈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제 실수가 제법 익숙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기장 한 페이지가 펼쳐져있다.
일. 오빠랑 부모님과 함께 식사했다. 오빠가 상냥해서 그런지 엄마아빠도 제법 마음에 든 눈치였어.
월. 새로 개봉한 로맨스 영화를 봤다.
오빠가 내가 보고 싶다고 한 걸 기억했나
화. 오빠랑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폭죽이 시끄러웠지만 불꽃은 꽤 예뻤다.
아, 사람이 많아서 꽤 피곤했다.
수. 오빠가 내 여행계획을 듣더니 허무맹랑하다고 웃었다.
그렇게 웃다니. 짜증나. 여행을 꼭 가야할까?
목. 데이트를 하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멜론 맛이 맛있었다. 행인과 부딪혀서 오빠 옷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 혼났다.
금.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여 여행지는 C시로 결정.
토.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여자애를 만났다. 으. 나는 얘 싫어.
뭐, 싫어하는 사람 하나씩은 있을 수 있으니까.
일. 아까 카페에서 오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오빠 폰으로 문자가 온 걸 봤다. <메이준을 위한 주문제작 케이크>. 어쩜 이렇게 상냥할 수가!
상냥하기는. 그녀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다이어리를 주워 꽝 닫았다.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를 눌러 시간을 확인하곤 제 캐리어 지퍼 윗부분만을 열곤 대충 다이어리를 쑤셔 넣었다. A시에서 C시로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역 카페의 스피커에서 안내음성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