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메이준)_ Train No. B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쏠리자 여자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눈동자들. 서로를 살피는 경직된 분위기가 거북한 듯 왼손 약지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메이, 준이에요. 스물 두 살이고, 남자친구랑 여행을 가기로 해서…….”
“남자친구요?”
겁먹은 작은 짐승처럼 주위를 살피며 말을 흐리는 그녀를 보며 산링도 승객들을 주욱 훑었다. 노년의 스님과 여자아이, 젊은 여성, 30대 후반의 남자? 산링의 시선이 멈춘 것을 본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치, 친구는 이 열차에 어, 어, 없어요! 어제 서로 싸워서, 오빠는 다음 열차를 타고 C시에서 만날 거예요. 싸워서! 왜냐면, 솔직히 오빠가 심한 소리를 하기는 했어요. 있잖아, 들어보세요, 오빠가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녀는 억울한 듯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오필리아의 것 같은 처연한 설움은, 제지하는 목소리에 가로막혀 먼지처럼 흩어졌다.
“진정해요. 그보다 먼저 얘기할 게 있지 않나요?”
산링은 턱짓으로 그녀의 캐리어를 가리켰다. 문틈으로 옷가지가 걸려있는 캐리어를 열자 내용물이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 그녀의 몸도 화들짝 튀어 오른다. 죄송해요. 짐을 풀다가, 그러니까, 누가 억지로 담았더니. 그녀는 변명하듯 어물거리며 자신의 옷가지를 캐리어 안으로 쑤셔 넣었다. 목소리에 원망이 묻어나왔다. 산링은 제 까짓게 어쩌겠냐는 듯 무감정한 눈초리로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22인치짜리 캐리어의 네모난 울타리 안으로 쏟아졌다. 제법 고급스러운 물품들은 제 값어치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 채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듯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헝클어진 스커트를 치워내자 소지품이 제법 뚜렷하게 보였다. 그녀는 잠시 입술을 물었다가 하얀 손끝으로 제 물건들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이건 여분 구두고, 화장품 파우치랑, 약이에요. 비타민이랑, 영양제, 항상 먹는 거요. 메이는 몸이 약해서……. 이 다이어리는 메이준 일기장이에요. 이, 일기장까지 본다고 하지는 마세요.”
메이준?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는 어조에 누군가 작게 그녀의 이름을 따라 불렀다. 그녀는 못 들었는지, 듣고도 못들은 체 하는 것인지 말이 없었다. 다만 산링을 향해 불손한 눈빛을 던졌을 뿐이다.
“설마 옷이나 속옷까지 일일이 꺼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녀는 기분이 나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