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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건 나예요_ Train No. B

  C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의 유예였던 것처럼, 정해진 수순처럼 조용하게 눈물이 흘렀다. 얼굴 근육의 움직이는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아주 크게 느껴졌다. 피곤한 표정, 억울한 표정, 후련한 표정, 화가 난 표정, 후회하는 표정, 자포자기한 표정, 건조한 표정, 웃는 표정, 표정들. 그 모든 표정들이 한 자리에 눈물로 섞여 들었다가, 한숨으로 흩어져 제각각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감정 모두가 타인 같았다. 후회해? 마음속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질문이 울렸다.

 

  “죽인 건 나예요.”

 

  누구의 질문인지 알지 못했기에 대답도 누가 해야 할지 몰라 하지 못했다. 다만 울음기 섞인 속에서 나는 이것이 중요한 명제인 듯 또렷하게 말했다. 수십 번을 연습한 것처럼. 죽인 건 나예요. 당신들에게 우리는 한 사람이겠지만, 죽인 건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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