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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1_ Train No. B

  인간답게 살아. 십 년 전 이혼한 아내의 마지막 말이었다. 여섯 살이었던 딸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이후로부터 부부관계는 빠르게 소원해져갔다. 아니, 애초에 멀어진다는 걸 느낄 만큼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딸아이 하나로 겨우 연결된 두 남녀일 뿐이었으니까. 나는 좋은 남편과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인간답게, 라. 아직도 왜 아내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나 더 인간이어야 하는가. 모든 인간이 모두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혼 후 식당은 오픈했지만 곧 도시에 병이 돌아 금방 문을 닫게 되었다. 그 다음엔 슈퍼를 열었고 몇 주 후 바로 맞은편에 대형 마트가 생겨 수익은커녕 적자만 가득 남기고 셔터를 내렸다. 그리고 그 후에 과일가게를, 주점을, 신발가게를…. 사업을 시작하는 족족 악재가 생겨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업실패를 겪으면서 그나마 통장에 쌓여 있던 돈은 바닥을 보였고, 머지않아 대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깟 돈은 금방 벌어 갚으면 되는 거니까. 그 당시의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갔다. 지인의 말을 믿고 거액을 투자한 주식은 처음부터 없었던 돈처럼 공중분해 되었다. 또한 우연히 접하게 된 겜블은 얻고 잃다를 끝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전 재산과 같았던 승용차마저 팔게 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내 손에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나쁜 상황만을 탓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제 마지막 기회만이 남아 있다. 어머니의 장롱 깊숙이 박혀 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쓸 수 있는 곳에 쓰는 것뿐이다. 어머니에게는 잠시 미안할 뿐이겠지만 배로 벌어 갚으면 되지 않은가. 이번에는 실패할 이유가 없다. 이쯤 되면 신도 나를 돕겠지. 나는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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