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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_ Train No. B

  안내 방송이 끝난 직후 열차가 출발했다. 손님들은 그제야 편하게 자신의 룸에서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님들은 누구냐고 물어봤다. 문 너머에서는 딱딱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안녕하세요. A시의 경찰관 산링이라고 합니다. 잠시 전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문을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손님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손님도 있었다. 어쨌든 경찰이라는 말에 문을 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문을 열자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여성이 서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경찰 수첩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현재 이 열차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타고 있으므로 승객분들의 안전 확인 상 방문했습니다. 지금 즉시 짐을 챙겨 삼 번 칸과 사 번 칸 사이에 있는 휴게칸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마침 짐을 풀어두지 않아서 바로 나가시면 되겠군요.”

  그녀는 거침없이 손님의 룸 안으로 들어가더니, 손님이 아직 채 풀지 못한 짐을 자신이 직접 들고 나왔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손님이 항의하려던 차에 그녀는 휴게칸 쪽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안 따라오시고 뭐하십니까? 제 곁에서 떨어지면 어떠한 위험이 있어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무례한 말이었지만 손님들은 결국 그녀를 따라 휴게칸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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