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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보_ Train No. B

  가만히 피부로 스며드는 공기가 금방이라도 갈라질 듯 건조하다. 휴게칸으로 모여 달라는 산링의 말에 응한 승객들은 각자 다른 시선으로 제 앞에 서 있는 산링을 바라본다. 그 중에는 어느 스님을 따라 나온 어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이의 눈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또 다른 어떤 이의 눈에는 짜증과 분노가 녹아 있다. 하지만 산링은 모든 눈길들을 그저 넘긴 채 입을 연다. 
  
  “방금 여러분이 기차를 탑승하셨던 A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뭐?” 
  
  마치 폭죽이 불발하듯 순간 튀어나온 다른 이의 목소리에 산링은 그를 가로막고 더 굳센 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열차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타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살인범이 있다는 겁니다.”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칸 안에 낮게 퍼지자 순간 정적이 그들의 사이에 내려앉는다. 열차가 커브선로를 지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몸이 사선으로 기울어진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산링은 덜컹이는 문에 등을 기대 제 가방에서 경찰수첩을 꺼내 들고는 가장 첫 페이지를 펴 보인다.  

 

  “제 이름은 산링, 경찰입니다. 열차의 종착역인 C시에 저희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열차 안에서는 모두 제 지시에 따라 수사에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열차와 함께 달리고 있는 12개의 눈동자들은 각자 서로의 얼굴을 비춘다. 이 중에 살인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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