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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2_ Train No. B

  나는 푸른 핏줄이 바짝 선 손으로 수면제가 든 약통에서 수면제 다섯 알을 꺼낸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니 어느새 알약은 투명한 그라스 컵에 들어 있던 물에 녹아 형태를 완전히 감춰버린다. 한 치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내가 한 일었다.

  내가 건넨 물을 의심 없이 받아 마신 아버지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벽에 기대어 잠에 취해 졸다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진다. 두 알이 정량인 약의 두 배 이상을 한 번에 흡수했으니 약효가 빠를 법도 했다.

나는 구석에 있던 흰 베개로 아버지의 얼굴을 덮고 그대로 누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내 숨통을 조이던 만큼 온 힘을 다해 누른다. 아버지를 죽이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그에게서 해방되고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모를 눈물이 두 눈에 맺혀 시야가 흐릿해져 온다.

  이윽고 아버지의 손끝이 마른 가지처럼 단단히 굳어 파들파들 떨려오다 이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죽었다.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결국 나는 당신의 숨을 끊었다.

 

  세면대의 개수구를 막은 후 소독약과 손세정제를 들이 붓는다. 떨리는 손을 담그자 수면에 작은 물결이 인다. 갈라진 손가락 끝에서 붉은 피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것이다. 이제 다시 깨끗해지면 된다.

  나는 젖은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먼저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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