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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범죄야. 알아?_ Train No. B

  집 앞에는 리우리우가 서있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형상은 그다지 기분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내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이거 범죄야. 알아?

  리우리우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건지 자신의 말을 시작했다. 내 말 좀 들어봐 산링. 나는 말이야, ……. 나는 손을 휘저었다. 리우리우의 곁에 떠올랐던 말풍선들이 터져나갔다. 나는 경찰수첩을 꺼내들고 다시 한 번 강하게 말했다. 이건 범죄입니다. 리우리우는 머뭇거리다가 내 집 앞을 떠났다. 나는 불안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다가 문고리를 잡았다. 긴장으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시선이 느껴졌다.

  끈적이는 시선이 느껴졌다.

  끔찍하게 끈적이는 시선이 느껴졌다.

  출근할 때마다 내가 퇴근할 때마다 내가 웃을 때마다 내가 한숨을 쉴 때마다 내가 짜증을 낼 때마다 내가 수사에 집중할 때마다 내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가 식사를 할 때마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내가

  너야?

 

  원치 않은 휴가를 받았다. 다행히 집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재빨리 C시로 떠날 채비를 끝내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휴식은 죄악이었다. ( 나는 경찰로 남아있어야만 했다 ) 나는 젤리를 한 움큼 입속으로 털어 넣으며 말을 씹어 먹었다. 그러나 막상 기차역에 도착해서 보니 제일 빠른 표는 내일 새벽에나 있었다. 꼼짝없이 역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나는 의자에 주저앉아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의 마법이 풀린 걸까. 그래서 실을 잡고 있던 족쇄가 풀려, 이렇게까지 엉기는 걸까. 뭘 하든 풀리지 않았다. 불쾌한 날이었다. 나는 불쾌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세수를 했다. 연거푸 차가운 물이 얼굴을 때렸다. 그제야 머릿속에서 울리던 어머니의 고함이 멈췄다. 나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위해 거울을 봤다. 그곳에는 리우리우가 서있었다. 거울 속에서 서성이는 형상은 그다지 기분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내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나가 이 범죄자야!

  리우리우가 움찔하며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산링, 그게 아니고, 나는……. 지겹도록 들었던 변명이 또 시작되려고 했다. 나는 황급히 리우리우의 입을 막았다.

  막으려고 했다.

  리우리우는 내 손을 피했다. 단 한 번도 피한 적 없던, 내 손길을. 리우리우가 뒤로 넘어가는 게 보였다. 리우리우가 내게 손을 뻗는다. 나는 그 손을 잡아줄 수가 없었다. 아주 천천히, 시간이 느려진다.

  쾅.

  여름날의 폭죽 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나는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꽂았다. 리우리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원망해? 나에게 묻는 듯했다. 나는 리우리우에게 다가갔다. 그의 숨을 확인했다.

 

  체포될 이유가 없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살인은 순식간에 벌어졌고, 우발적이었다. 산링은 멍하니 떨어진 시체를 바라봤으나 유능한 경찰도 죽은 사람을 살리는 능력은 없었다. 산링은 그의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했다. 반사적으로 비상번호를 누르다가, 그럴 바엔, 범인인 걸 숨기자고 산링은 다짐했다. 사건을 조작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사건 현장을 살피는 건 경찰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이었다. 산링은 능숙하게 자신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화장실이라 CCTV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산링은 주로 경찰들이 조사하는 곳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흔적 하나를 남겼다. 마치 열차에 탄 것처럼. 산링은 그렇게 꾸며놓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어차피 상황은 자신의 통제 아래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산링은 팀원에게 문자 하나를 넣었다. ‘일은 잘 하고 있어? 나는 이제 C로 가려고 해. 오랜만의 휴식이 기대 되네. 나 없는 동안에도…….’ 시시콜콜한 내용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C로 가는 열차에 있다는 걸 알리는 거였다. 그래서 내용은 아무래도 좋았다. 산링은 시체를 발견한 경찰들이 자신에게 연락하길 기다리면서 젤리를 꺼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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