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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니니)_ Train No. B

  니니는 제 앞에 서 있는 산링의 눈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산링의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건조한 눈빛하며,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듯 하는 입술이, 계속해서 니니 스스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끔 했다.  
   
  “제 이름은… 니니라고 합니다.”
 
  산링이 자신의 수첩에 니니의 이름 두 글자를 적었다. 종이를 가르는 볼펜 소리가 날카롭다. 
 
  “이 열차에 탄 이유는 뭡니까?”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A시에 갔다가 다시 원래 살던 C시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요…. 내일 출근해야하거든요.” 
 
  니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산링은 다시 필기를 시작했다. 글을 적는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그럼 이제, 가방 안 소지품을 보여주시죠.”

 

 

 

 

 

 

 

 

 

 

 

  스크래치 하나 없이 말끔한 캐리어를 열자 탈취제 냄새가 풍겨왔다. 잘 접힌 흰 셔츠와 검은 하의 몇 벌이 마치 한 벌처럼 완벽히 겹쳐 있었고, 그 옆에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그리고 두통약이 담긴 세 개의 약통이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캐리어의 밑바닥에는 수많은 손세정제가 깔려 있다.  

 

  “무슨 약이죠?”
  
  산링이 수면제가 든 약통을 집어 올리며 말했다.

  “잠깐, 잠깐. 그거 만지지 마세요.”
  
  약통의 뚜껑을 열어보는 산링의 모습을 보며 니니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고 있지만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숨통이 조여 온다.
  그리고 니니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게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수면제는 항상 신경안정제 옆에 있어야한다. 수면제는 항상 신경안정제 옆에 있어야한다. 수면제는 항상 신경안정제 옆에 있어야한다. 수면제는 항상 신경안정제 옆에 있어야한다. 수면제는 항상 신경안정제 옆에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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