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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일영)_ Train No. B
묵직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노인은 낡은 안경을 고쳐 쓰며 열차 안 승객들의 표정을 살폈다. 긴장된 분위기에 혹여 아이가 겁을 먹을까, 무뚝뚝한 얼굴로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곤 보호하듯 조심스레 제 쪽으로 당겼다.
“불교에 귀의한 승려라 속명은 잊은 지 오래고, 일영이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스님, 여행지가 꽤 먼 것 같은데요.”
취조하는 말투군요. 라고 받아치는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노인 특유의 떨림조차 없는 낮은 목소리가 덜컹거리는 열차 소리 사이에 섞여들었다. 저는 스님들은 다 상냥한 인상이실 줄 알았는데. 승객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감상평에 그는 잠깐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산링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름진 눈가가 꽤 깊다.
“A시는 친분 있는 스님의 부탁으로 잠시 들른 것뿐입니다. 자리를 오래 비웠으니 제 자리로 돌아가야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정해진 수순처럼 조심스레 약간 색이 바랜 에코백을 뒤집었다. 십여년은 훌쩍 지난 듯 한 폴더폰 하나, 시집 한 권, 검은 봉투, 노트와 펜, 회색 천 동전지갑이 굴러 나왔다. 그는 보란 듯 검은 봉투마저 뒤집었다. 사탕껍질, 휴지 따위가 든 쓰레기봉투다.
“저기, 아이는 무슨 관계죠?”
산링은 단출한 소지품을 바라보며 수첩에 펜을 톡톡 두드리다가, 펜 끝으로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가리켰다. 조금 큰 원피스 소매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아이의 손도, 조그만 운동화도 제법 앙증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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